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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의 한단지보: 국제포럼 개최 배경과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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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141회 작성일 05-01-03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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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 21일과 22일 양일간에 걸쳐 서울 롯데 호텔에서, 한국정신치료학회 창립 30주년을 기념하여 ‘도정신치료와 서양정신치료 국제포럼’이 개최되었다. 여기에 이번 국제 포럼을 개최하게 된 역사적 배경과 그 목적을 기술하고, 전체적인 국제포럼의 학술 프로그램의 개관을 설명하고, 나아가서 참석한 연자 및 토론자들의 발표 및 토론의 주된 쟁점을 간단히 보고하고자 한다. 또한 일반 참석자들의 반응 및 소감도 함께 보고한다. 아울러 도정신치료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도정신치료의 핵심을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서양 정신치료와의 비교를 통하여 도정신치료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국제 포럼 개최의 배경과 목적

도정신치료(道精神治療)를 새로운 정신치료 모델로 정립하신 이동식 선생은 오늘날 우리나라의 학문 분야에서의 현실을 종종 한단지보(邯鄲之步)에 빗대어 주의를 환기시킨다. 장자(莊子)에 나오는 이야기로 전국시대에 연(燕)나라 수능(壽陵) 땅의 한 청년이 조나라 서울 한단에 가서 한단 사람의 걸음걸이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자기의 옛 걸음걸이마저 잊어버려 엉금엉금 기어서 고향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REFERENCES: 이석호 (번역). 장자. 서울:삼성출판사;1979.p.335-336.)
일제 강점기에 한국에 서양 학문이 유입되는 과정에서, 자연과 인간을 이해하는 데에 기존의 전통적인 유산은 외면당하고 소외되었다. 따라서 전통적 토대 위에서 서양의 새로운 문물을 주체적으로 수입하고 소화,흡수하는 과정을 밟는 대신에, 맹목적으로 서양 문화를 추종하고 모방하는 경향이 사회 전반에 만연했다. 대부분의 학문분야에서도 예외가 없었으며 정신치료 분야에서도 서양의 정신분석과 정신치료 이론을 우리의 주체적인 입장에서 이해하려는 노력보다도 무비판적으로 따라가는 경향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놀랍고 흥미롭게도, 서양에서는 19세기에 발견했다는 무의식과 인간의 마음을, 동양에서는 이미 2500년 이전에 이를 완전히 이해하고 치료 방법까지 명시해 놓았고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과 목표가 완성되어 있었다. (이동식. 학회 창립 30주년을 맞이하여. 한국정신치료학회보 2004;30(5):1-2.)
서양 철학자인 Schopenhauer와 Nietzsche는 동양 사상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Freud는 Schopenhauer의 철학에 (Young C, Brook A. Schopenhauer and Freud. Int J. Psycho-Anal 1994; 75: 101.) 많은 영향을 받았고 또한 Nietzsche 철학의 (Lehrer R. Nietzsche's Presence in Freud's Life and Thought. In: On the Origin of a Psychology of Dynamic Unconscious Mental Functioning. State Univ. of New York Press:1995.) 영향도 컸다는 것이 밝혀졌다. (강석헌. 정신치료자가 되는 길과 보살이 되는 길. 도정신치료와 서양정신치료 국제포럼. 서울: 한국정신치료학회;2004.p.119-139.)

최근 미국 정신분석 아카데미 (American Academy of Psychoanalysis and Dynamic Psychiatry)에서 발간되는 공식 잡지를 통해서 서양 정신분석/정신치료에서의 두 가지 주목할 만한 흐름을 감지할 수가 있다. (허찬희. 서양 정신분석/정신치료의 최근 관심과 도정신치료. 한국정신치료학회보 2003;30(4):1-2.)
한 가지는 정신치료에서 환자의 감정(Feelings)과 이론이 아닌 현실(Reality)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며, 또 다른 한 가지는 Heidegger의 영향을 받은 Medard Boss의 현존재분석(Daseinsanalysis)에 대한 관심의 증가이다. 한국에서는 이미 이동식 선생이 1976년 7월 12일과 15일 이틀에 걸쳐 스위스 Zollikon에서 Medard Boss와 대담한 내용을 (이동식, 보스. Dialogue between Prof. Medard Boss and Prof. Rhee. 정신치료 1992;6(1):30-43.) 한국정신치료학회 학술 잡지를 통하여 이미 접해왔기 때문에 생소하지는 않지만, 그 대담 자체가 한국에서의 정신치료의 역사적 관점에서 볼 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Medard Boss는, 정심(淨心)의 입장에서 보면 최선의 서양의 정신분석 수련도 입문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Boss M. Indienfahrt eines Psychiaters. Huber, Bern;1976.)
그런데, 이처럼 오늘날 서양 정신분석학파 중에 가장 앞서나가는 학파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 현존재분석학파의 철학적 모태라고 볼 수 있는 Heidegger 철학의 핵심 개념중 하나인 'Gelassenheit’는 바로 노자의 무위를 독일어로 옮긴 말임이 이번에 참석한 외국의 현존재분석학파의 분석가의 발표에서 드러났다. (Erik Craig. How is it with Tao, Dasein, and Psyche? An inquiry into theoretical and therapeutic implications. Proceedings of the International Forum on Taopsychotherapy and Western Psychotherapy; 2004 Aug 21-22; Seoul, Korea: Korean Academy of Psychotherapists; 2004.p.140-160.)

지난 해 9월 호주 멜버른에서 개최된 제 14차 정신분열병 및 기타 정신병의 심리적 치료학회 (International Symposium for the Psychological Treatment of Schizophrenia and Other Psychoses: ISPS)에서 이 동식 선생 및 몇 명의 다른 회원들과 참석하여 ‘정신병의 도정신치료’라는 주제로 심포지움을 조직하고 저명한 세계 정신치료자들과 함께 그들의 비평을 듣고 상호 의견 교환 및 토론을 하였다. 당시 참석자 중 시카고에서 온 Rogers 학파 정신치료자 Garry Prouty박사가 노자사상과 로저스 정신치료(Rogerian Therapy)의 ‘Non-directivity'에 대하여 공동 논문을 쓰자고 제안하여, 이동식 선생의 자문 하에 본인과 함께 논문을 쓰기로 합의하여 현재 진행 중에 있다. 최근 그가 알려 주기를 Carl Rogers가 평소에 노자의 글귀를 메모한 것을 주머니에 항상 넣어 다녔다고 한다. Garry Prouty는 Rogers의 정신치료 방법이 그가 노자의 영향을 받은 후에 나온 것인지 그 전에 이미 주창하고, 나중에 노자 사상에 접하게 되었는지를 추적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서양의 정신분석/정신치료 탄생 및 발전과정의 역사적 측면을 살펴 볼 때, 그 뿌리가 동양 사상에 있다는 사실이 서양에서 점점 밝혀지고 있다. 그러나 동양의 지혜가 서양 문화권에 소개되었지만 서양의 전통인 개념과 이론의 틀에 또 다시 갇히게 되어 현실과 점점 멀어져간다는 자각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에 서양에서 ‘개념의 감옥’에서 (Barrett W. editor. Zen Buddhism: Selected Writings of D.T. Suzuki. New York, Doubleday Company;1956.) 벗어나 현실을 바르게 이해하려는 움직임이 진행되어 오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한국에서의 정신분석/정신치료라는 학문분야에서는 서양에서 이미 잘못된 길이라고 판단하고 그들이 이미 벗어나 보려고 발버둥치는 길을 뒤늦게 따라가려고 애를 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것이 바로 서양 정신분석의 이론과 기술에 집착하는 것이다.

이동식 선생은 일찍 이런 점을 깨닫고 평생을, 서양정신치료 중에서 이론과 기법에 매달려 잘못된 방향으로 달려가는 서양정신치료를 분리해서 원래 동양 사상의 취지를 쫓아 발전적인 쪽으로 방향을 바꾼 서양정신치료와 동양의 전통사상을 융합해서, 보다 건강하고 발전적인 정신치료 세계를 구축해왔다. 여러 사람이 그의 치료를 두고 동양의 도와 연관지어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어지던 것을 통일하여 ‘도정신치료’라 부르게 되었다. 따라서 이 선생은 항상 주장하기를, 이론과 기법에서 벗어나 경험이 많고 정신치료를 잘하는 서양정신치료자는 도정신치료를 쉽게 이해한다고 한다. 이런 관점에서 도정신치료와 서양 정신치료는 상호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에서의 정신치료 분야에서의 현실은, 서양의 정신분석 이론에 목을 매어 그것이 진리인양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기고 실제 환자 치료에 있어서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경향을 자주 볼 수 있다. 아직도 어떤 수련병원에서는 이 동식 선생에게 정신치료 지도를 받는 것을 노골적으로 방해를 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처럼 한국 내의 잘못된 분위기가 지속되지만, 이 선생은 1958년부터 국제학회에서 외국의 정신치료자들과 지속적인 교류를 통하여 그의 치료가 국제적으로 더욱 잘 알려져 있는 실정이다. 이에 그는 1974년 한국정신치료학회 창립 이후 30년 동안 서양 정신치료와 서양 사상, 동양 사상, 동서양 역사와 문화 속에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교육하고 공부를 해왔다. 그리고 그의 정신과 의사로서의 62년 경험에다 83년의 인생경험을 토대로 이룩된 것이 동양의 도와 서양의 정신치료를 융합시킨 도정신치료이다.
이번에 이동식 선생의 도정신치료를 서양의 저명한 정신치료자들을 초청하여 서양의 정신분석, 정신치료, 상담과 관련지어 비판하게 해서 상호 토론하여 세계 정신치료가 갈 방향을 분명히 하고, 서양 정신치료자들이 우리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외국이나 우리들 자신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바로 잡는 계기를 삼고자 했다. 아울러, 서양에서 동양사상이나 동양의 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고 수도(修道)가 보급되어가고 있는 마당에 맹목적으로 일본이나 서양 등에 의존적인 우리 동료들에게 각성의 계기가 되고, 또한 정신치료의 올바른 이해를 통하여 환자에게 진정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치료자로서의 자질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도정신치료와 서양정신치료 국제포럼’을 개최하게 되었다.

<첨부파일>에 내용이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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