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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정신병 정신치료학회 (ISPS) 참관기: 호주 멜버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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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137회 작성일 04-02-25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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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허찬희 원장이 2003년 9월에 호주 멜버른에서 개최된 제 14차 국제 정신병 정신치료학회(ISPS) 참관기를 전재한 것입니다.

국제학술대회 참관기
(제 14차 ISPS 2003 Melbourne을 다녀와서)

호주 멜버른에서 개최된 제 14차 ISPS (International Symposium for the Psychological Treatment of Schizophrenia and Other Psychoses, 2003. 9. 22-25)에 참가한 소감을 시간이 다소 지났지만 우리 회원들에게 도움이 될 걸로 기대하고 간략하게 요약해보고자 한다. 이번 국제학회에 참가 목적은 우리가 “정신병의 道精神治療” (Taopsychotherapy of Psychoses)라는 주제로 심포지움을 조직하여 저명한 세계 정신치료자들과 함께 그들의 비평을 듣고 상호 토론 및 의견교환을 하고, 또한 금년 8월 21-22일 양일간에 걸쳐 서울에서 개최되는 한국정신치료학회 30주년 기념 정신치료 국제학술대회 (‘도정신치료와 서양정신치료 국제 포럼’: International Forum on Taopsychotherapy and Western Psychotherapy)를 홍보하고자 참석하였다.
ISPS는 1956년 스위스 로잔에서 당시 Gaetano Benedetti, Christian Muller 등 정신병 의 정신치료에 관심이 많은 세계적으로 저명한 정신치료자들이 순수한 학문적 목적으로 이 심포지움을 결성하여 심포지움이 개최될때만 학회가 가동되고 상설 조직체를 두지 않았다. 그래서 학회 이름 자체가 “International Sympoisum"으로 시작 한다. 처음에는 약 40명이 참가하였으나 대회가 점차 활성화되어 이번에는 호주에서 개최되어 참가자가 다소 적어 약 500여명이 참가하였지만 1989년 이태리 Turin에서 개최되었을 때는 약 1,700명이 참가할 때도 있었다. 학술대회의 규모가 자꾸 커져 상설 조직체가 필요하게 됨에 따라 지금은 “The International Society for the Psychological Treatments of the Schizophrenias and Other Psychoses"라는 조직체를 결성하기에 이르렀다.
본인은 1997년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제 12차 학술대회에 이어 두 번째로 참가하였으며, 이번에 우리 학회에서는 이 동식 선생님을 위시하여 김 종하, 정 성철, 황 병주 및 하 미영 회원이 함께 참가하였다. 이번 학회에 참가해서 느낀 점과 세계 각국에서 참가한 연자들의 발표를 총체적으로 종합해볼 때 현재 정신병 환자 치료의 최신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정신병 환자 치료의 최신 흐름>
우리 일행이 학회 시작하는 날 학회장을 들어서는 순간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이 학회는 그야말로 명칭 그대로, ‘정신분열병과 조울병 및 기타 정신병에 대하여 정신치료를 위시한 모든 심리적인 접근’을 총체적으로 다루는 학술대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느 정신약물에 관련되는 학술대회 못지않게 제약회사의 후원과 학술대회장 내의 판촉활동이 엄청난데 대해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매우 넓은 규모의 제약회사 선전부스가 설치되어 적극적으로 홍보활동을 하고 있었다. 이미 제약회사에서는 정신치료를 하는 정신과 의사들은 약물치료를 매우 중요시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듯하였으며, 또한 정신치료를 함께하지 않고 약물치료만 할 경우 그 효과가 통합치료를 하는 것보다 훨씬 못하다는 사실까지도 이미 연구 자료를 통하여 잘 알고 있는 듯하였다. 인제 약물치료만 하는 정신과 의사는 그 사실을 숨겨야 할 형편이다.
이처럼 정신치료에 관련되는 학술대회였지만, 정신병 치료의 세계적 흐름은, 약물치료 혹은 정신치료만으로 치료하는 것보다 약물치료와 정신치료를 함께해야 정신병 치료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증명되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NIMH(National Institute of Mental Health)의 Dr. Wayne Fenton이 ‘Integration in the management of psychotic disorders'라는 제목으로 한 기조연설에서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들과 실제 임상에서의 증거들을 토대로 정신분열병의 치료에서 약물치료와 정신치료를 병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우리는 증거를 근거로 하는 연구 결과를 따라야 한다(EBM: Evidence-Based Medicine). 앞으로 만약 환자 자신이 의사로부터 약물치료만 받았을 경우, 합당하지 못한 치료 (malpractice)를 받았다고 불평을 하거나 심지어 환자로부터 고소를 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번에 미국의 소위 정신병 소비자 보호 단체라고 할 수 있는 NAMI의 Dr. Federick Frese박사가 청중들의 가슴에 뜨겁게 와닿는 연설을 하였다. 그는 심리학 박사로서 여러번 정신병으로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 입원시에 겪은 의료인들의 비인간적인 대우를 이야기했는데, 환자들이 이미 몇 차례 입원한 경력이 있으면 정신과 의사는 더 이상 한 인간에 대한 진정한 관심은 보이지 않고, 한 인간의 인격체가 단지 그의 정신의학적 진단명과 그가 복용하고 있는 약물 이름과 그 용량으로 대체되어지는 현상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그의 발표에 청중들은 기립박수를 보냈고, 모든 참석자들이 스스로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이었다.
또한 학회 둘째 날 Symposium Dinner 파티가 멜버른의 중심가의 극장에서 열렸는데, 거기서 호주의 Psychiatric Rehabilitation Association의 Director of Employment인 Janet Meagher을 만났다. 정신분열병으로 오래동안 약을 먹었는데 Killalae라는 훌륭한 정신분석가를 만나 100회 정도의 정신치료를 받았으며, 현재 실생활에 지장을 받지 않고 환자들의 권익을 위하여 소비자 보호 연맹에서 일하고 있으며 재활 치료분야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같이 정신병 환자의 치료와 회복과정에 소비자 즉 환자들도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환자 치료에 관계되는 모든 전문가들이 적극적이고 상호 협조적인 체제하에서 환자 치료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신과 의사, 정신과 간호사 뿐만 아니라 심리학자, 사회사업가, 재활 전문가 그리고 환자의 가족까지 동원되고, 다양한 치료적 접근이 시도되어져야한다. 정신약물치료, 개인정신치료, 집단정신치료, 가족치료, 작업요법, 예술치료, 재활요법 등 동원 가능한 모든 혜택을 제공하여 환자에게 실제로 가장 이익이 제공되어지는 방향으로 초점이 맞추어져가고 있다.
<정신병의 생물학적 접근만에 대한 경종>
이번 국제학회에서 종합적으로 보고 확인한 점은, 첫째 정신병 치료에 대하여 정신병을 단지 생물학적인 관점에서만 이해를 하고 해결하려는 것은 여러 가지 연구 결과를 종합하여 볼 때 (Evidence-Based Medicine) malpractice라는 사실이며, ‘Bio-Psycho-Social’의 종합적인 관점에서 이해하고 치료를 해야 된다는 사실이다. 치료 효과에 관하여 연구 결과에 따르지 않을 수가 없다. 둘째,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모든 치료 방법을 제공해 주어야한다는 사실이다. 치료자 개인의 수련배경이나 선호에 따라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이득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전해들은 이야기로, 수년전에 내한한 Heidelberg 대학 Schepank 교수가 말하기를, Heidelberg 대학의 정신과 내에서 정신치료를 하지 않아서, 학생들의 요구로 보건부에서 약물치료만 했을 때의 결과와, 약물치료와 정신치료를 병합했을 때의 결과를 비교연구 조사한 결과 그 필요성이 절실히 요구되어 ‘정신치료 및 정신신체의학과’(Department of Psychotherapy and Psychosomatics)를 별도로 만들었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정신병의 효과적인 치료적 접근 방식은 실제 치료 받고 있는 환자들의 요구와 더불어 여러 가지 연구 결과가 서로 근접하고 있다. 즉, 가족치료, 집단 치료 등 다양한 정신치료 방식을 포한한 심리적 접근방식과 아울러 약물치료 등의 통합적인 치료를 제공해야 된다는 사실이다.
<전통적 가족문화와 정신분열병 환자의 치료>
또 한가지 나의 관심을 끈 인상적인 발표는, 학회에서 수여하는 David Feinsilver Award 수상기념 강연이었는데, 자기 동생이 정신분열병 환자인 인도의 여류 심리학자가 자기 가정 및 인도의 문화적 배경을 고려한 가족치료 프로그램을 발표하였다. 우리나라에서의 현실도 마찬가지겠지만, 한 가정에서 정신분열병 환자가 발생하면 가정 내에서는 여러 가지 힘든 일에 부딪치게 된다. 먼저 오랫동안 치료비를 감당해내기가 힘들어진다. 그런데 서양과는 달리 인도에서는 가족 한 구성원에게 문제가 생겼을때, 그것을 감내하고 충격을 완화해주고, 가정 내에서 수용하는 성향이 강하고 했다. 그러나 오늘날 은연 중에 환자의 어머니가 병을 일으키는 역할을 하는 인물로 여겨져 알게 모르게 어머니가 정신적으로 너무 위축되어져, 지속적으로 환자를 가족내에서 돌보는 것이 힘들어지고 있는 현실임을 자각하고, 어머니를 지지해서 그 힘을 다시 가정내에서 환자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강화하자는 취지였다. 그래서 자기 사회에서, 어머니에게 이런 부담을 주지 않고 긍정적으로 사기를 돋우고 가족내에서 환자의 문제를 잘 수용하는 가족 문화의 전통을 살리고 재정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가족치료 프로그램을 발표하여 참석자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서양 사회에서는 환자에게 문제가 발생하면 이웃 뿐만 아니라 가정이라는 집단 내에서도 다른 구성원들이 견디기 힘들어하고 견딜려고도 하지 않고, 환자를 격리시키는 데 익숙한 문화와는 달리 가정내에서 이해하고 받아주면서 환자를 관리하려는 노력은,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서양의 치료방식과는 다른 동양의 건강한 가정 문화의 전통을 바탕으로 하는 연자의 주체적인 노력은 비슷한 문화적 전통을 지닌 우리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道精神治療 심포지움>
우리회원들의 심포지움은 이동식 선생님의 도정신치료 (Taopychotherapy)에 관한 내용이었다. 먼저 본인이 도정신치료를 소개하고 난 뒤, 이 선생님의 정신분열병 환자 면담을 영어로 다시 번역하여 재녹음한 테이프를 청중에게 들려주고 난 뒤 지정토론과 마지막으로 참석자와 이동식 선생님과 ‘질의 및 응답시간’을 가졌다. 사회는 영국 ISPS 대표인 Dr. Brian Martindale과 본인이 공동 좌장을 맡았고, 지정 토론은 미국 정신분석 아카데미 (American Academy of Psychoanalysis) 회장을 지내고 현재 미국 ISPS 회장인 Ann-Louise Silver가 토론을 하였다. Dr. Silver는 말하기를 정신분석학계에서도 초창기와는 달리 오늘날은 치료자 자신의 치료 내용을 그대로 드러내는 치료자들이 거의 없는데 반해 치료자 자신의 치료 내용을 그대로 드러내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인상이 깊었다고 했다. 회의장 준비를 담당하는 직원의 말을 들으니 여러 심포지움 중에 우리 모임에서 가장 토론이 활발했다고 했다. 처음에는 다소 생소해 하던 청중들이 한 시간 가량의 자유토론 시간을 통해서 차츰 이해하는 듯하였다. 미국 워싱톤에서 참석한 한 청중이 “도를 닦는 것이 무엇이냐고(What is 'Practicing the Tao'?)” 이 선생님에게 물었는데 대해 “자기의 마음을 보고, 자기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to see your feelings, and to control your feelings repeatedly)“라고 대답했다. 참가 회원 중 가장 원로이며 정신분석가인 미국의 Dr. Joseph Abrahams가 ‘정신분석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이 전이를 분석하는 것인데 도정신치료에서는 전이를 어떻게 다루는가?’라는 질문에 이 선생님은 대답하기를, ”모든 정서장애 환자들은 치료자뿐만 아니라 모든 대인관계에서 전이를 한다. 모든 전이 감정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감정이 있다. 이것이 핵심감정(nuclear emotion)인데 환자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 일거수 일투족에 이 핵심감정이 있다. 도정신치료에서는 이 핵심감정을 이해하고 극복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시카고에서 온 Rogers학파 정신치료자 Dr. Garry Prouty는 도정신치료가 이론이 아닌 현실(reality)을 다룬다는 측면에서 훗설의 전통적 현상학적 심리학과 유사하다고 했고, 자기네들이 앞으로 동양사상을 더 배워야겠다고 토로했는데 대해, 이 선생님은 ”동서양 정신치료자들이 경험하는 것은 똑 같은데 서양의 치료자들이 서양 전통의 영향으로 경험 후에 항상 이론을 만들려고(theory-building) 하는 데서 잘못된 방향으로 가게 되어 현실과 멀어지는 오류를 범한다. 현재는 동양의 도에 접근하려고 하지만 아직도 그 잔재가 많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학회를 마치고 돌아와서는 그로부터 노자 사상과 Rogers의 ”Non-directivity"에 대한 논문을 공동으로 쓰자고 제안이 들어와서 이 선생님의 자문 하에 본인과 함께 논문을 쓰기로 합의하에 현재 진행 중에 있다.
마지막으로 이 선생님과 함께 외국 학회에 참석하면 항상 첫 날부터 마칠 때까지 학회 참석에 몰두하고 주변 관광할 기회가 거의 없다. 이번에 함께 참석한 젊은 회원들은 그런 재미는 없었는지 모르지만 그 나름대로 좋은 경험과 새로운 각오가 생겼을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잠시 짬을 내어 멜버른에서 자연박물관을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에 Sydney 시내에 들러 증명사진 한컷으로 호주 관광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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