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한 16년!

병원 이모저모

한국심리학회 특별공로상 수상소감 (이동식)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080회 작성일 04-02-06 11:12

본문

<아래의 글은 2003년 8월 21일 한국심리학회 총회에서 이동식 한국정신치료학회 명예회장께서 ‘한국심리학회 특별공로상’을 수상하고, 그 수상소감을 부탁받아 한국심리학회보 2003년 12월호(통권 120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정신치료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유익하리라 생각되어 轉載합니다.>


<한국심리학회 특별공로상을 받고>

이동식

지난 8월 21일 심리학회 총회에서 특별공로상을 받고 감개가 무량(無量)했다. 한국상담심리학회 회장 김수현 선생을 비롯한 회원들의 추천으로 수상을 하게 되었다고 듣고 있으나 광복직후부터 경성대학, 서울문리대, 이화대학 대학원, 고려대 대학원에서 가르쳤던 제자는 없고 최근에 지도받고 있는 서너 명 제자들이 참석했을 뿐이었다. 같이 수상한 이정모 교수가 옛날 지도한 유일한 참석 제자였다.
나와 한국 심리학과의 관계는 194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광복 전에는 일본심리학회 경성지부 회원으로서 일본인 교수와 월북한 이본영 선생, 나중에 심리학교실 조수로 부임한 고순덕 형, 임석재 선생 등이 참석했었다. 당시 조선 사람은 경성제대의 조수 이상이 될 수 없었다. 종교사회학교실에 조명기 선생, 철학연구실에 김규영 형이 법문학부에 있을 뿐이었다. 철학교실에서는 하이덱카의 「시간과 존재」의 세미나에 참석하고 책을 빌려도 보고 심리학은 가끔 열리는 모임에 참석하고 고순덕 형과 만나서 얘기를 나누고 책이나 잡지를 빌려다 보고 철학책을 빌려다 보고 철학교실에 제일 많이 드나들었던 것 같다.
광복이 된 후에는 심리학과에서 강의를 했는데, 정신분석에 대한 미숙한 강의를 한 것 같다. 이 때 학생으로 정양은, 김성태, 임능빈 그 후에 서봉연, 차재호 등이 있었다. 6.25 후에는 미국 가는 수속을 하느라고 서울에 와있는 동안 고순덕 형이 이화대학에서 정신분석 강의를 해달라고 해서 한 학기하고 54년 미국으로 갔다가 58년 말에 귀국하였다. 고려대학 의과대학의 전신(前身)인 수도의과대학 교수로 있다가 경북대 의대로 가서 있다가 그만두고 서울로 돌아와서 환자를 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62년 서울대학교 학생지도 연구소가 개설되어 서울대 정신과에 상담을 지도해줄 교수가 없으니 1주일에 한번 사례토론회에 나와서 무보수로 지도해 달라고 정양은, 김기석 두 분이 와서 간청을 해서 72년 이의철씨가 소장으로 부임해오기 전까지 10년간 상담을 지도했었다. 이때 정양은, 김기석 외에 정원식, 정희경, 조대경, 원호식, 나중에는 윤태림 소장이 있었고, 63년경인가 상담교수로 Connecticut College 학장을 지낸 Tarwater 교수가 총장고문으로 와서 무료는 안 된다고 아시아 재단에서 서울대학 정교수급의 보수를 받았다. 2만원이 되면 세금이 많아진다고 만 구천 얼마를 받은 것 같다. 이 액수가 커서 이의철씨가 온 후에 내가 그만두게 된 것으로 짐작이 된다. 이 10년 사이에 김기석 교수가 인턴제를 만들어서 많은 인재를 배출시켜서 지금 여러 대학이나 기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이 많이 나왔다.
내가 서울대학 학생지도 연구소를 나온 후에도 계속 지도 받은 사람들은 일일이 열거하지를 못하지만 우선 떠오르는 이름은 홍성화, 윤호균, 장성숙, 원호택, 정방자 등이다. 지금 되돌아보니 의과대학에서 정신치료 강의는 했어도 체계적으로 정신치료를 지도한 것은 학생지도 연구소에서 심리학자들에게 먼저 한 것 같다. 1974년에 한국정신치료학회의 전신인 정신치료 사례연구회를 시작할 때에는 회칙이나 임원 없이 정신과의사의 간사를 이근후, 김상태, 심리학 쪽은 홍성화, 윤호균으로 해서 정신과 의사와 심리학자를 같이 정신치료로 지도해오고 있다. 여기서 배출된 심리학자들도 많다. 최해림, 김수현, 장성숙, 김연, 원호택, 서강대 김정택 신부 등 일일이 갑자기 열거할 수가 없다.
내 개인으로서는 1970년부터 핵심감정(核心感情)이란 말을 사용하기 시작해서 이것을 중심으로 서양의 정신분석 정신치료 상담과 동양의 전통적인 도(道)를 융합한 도정신치료(道精神治療)를 76년 Paris 국제정신치료학회를 시작으로 20회 이상 국제학회에서 발표 토론을 해서 서양 동료의 호응을 많이 얻고 있다. 내년 8월에는 한국정신치료학회 창립 30주년 기념으로 도정신치료에 대한 국제포럼을 준비 중에 있다. 서양의 각 학파의 권위자가 도정신치료를 논평하고 토론을 위한 장이다.
끝으로 한마디 당부하고 싶은 말은 요사이 상이 많아서 한 사람이 많은 상을 받는 경우도 많은데, 나는 심리학회에서 내게 준 상패가 내가 사회에 나온 지 60년이 지나도록 처음 받는 상이다. 그전에도 한번 상을 주는 것을 받지 않았던 일이 한번 있다. 그런 의미에서 늦게나마 받은 상패는 다행이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67년 미국에서 온 교수가 일본, 대만을 거쳐서 왔는데 일본과 대만은 피라미드식으로 위계질서가 있는데 한국은 무정부상태라고 했다. 내가 보기에는 무정부상태가 그때보다도 더 극에 달한 기분이다. 그전에도 우리나라 학계에서 이상한 말을 써서 고치게 한 말들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사회학자들이 가치자유적이란 말을 쓰고 있는 것을 가치중립적으로 고치게 한 것이 한 예다. 이 말은 원래 독일어의 wertfrei를 value free로 한 것을 일제시대에는 몰가치(沒價値)적이라고 사용했는데 새로운 세대가 이 말을 안 배웠거나 싫어서인지 가치자유적이라고 했는지 모르지만 우리말로서 말이 안 된다는 자각이 없어서 그렇게 된 것이다.
지금도 마음에 걸리는 말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당장 고쳐야 될 말은 상담심리학회에서 사용하는 회기(會期)란 말이다. 누가 이런 말을 유포시켰는지 모르지만 이것은 영어도 모르고 우리말도 모른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영어의 session이란 말을 번역한 듯한데 영영사전과 국어사전을 봤더라면 이런 일이 있을 수 없다. 상담에 관해서 session을 번역한다면 상담시간, 상담 및 회(回)등으로 번역해야 한다. 이러한 사례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전문용어를 번역하려면 그 용어를 사용하는 전문가들, 외국어전문가, 우리말전문가가 협의를 해서 통일하는 것이 정도(正道)이다.
이것은 한국인의 의식상태가 주체성이 없는 한말의 의식상태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외국도 바로 이해 못하고 지나간 외국의 사조를 따라가고 자기가 없는, 모방에 급급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외국어만 아니라 우리나라 말조차 멋대로 사용하는 데에서도 보인다. 지금 서양의 철학, 종교, 정신치료가 도(道)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내가 심리학계에서 같이 활동한 분들과 일들을 언급 못하고 거명하지 못한 분들의 양해를 바라며, 교도교사훈련에 한동안 참여했고 1965년 윤태림 선생이 한국카운슬러협회회장 때 협회 고문으로 추대되었음을 부언한다. 한국 심리학의 주체적인 발전을 기원하면서 소감을 끝맺겠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